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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by 강한엄마23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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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무라카미 하루키를 대표하는 『상실의 시대』. 혼자라는 고독 속에서 꿈과 사랑, 그리고 정든 사람들을 잃어가는 상실의 아픔을 겪는 세상 모든 청춘을 위한 장편소설이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와타나베'라는 한 남자가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날에 겪은 감미롭고 황홀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와타나베가 '기즈키'와 '나오코' 혹은 '나오코'와 '미도리' 등과의 파격적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겪는 사랑뿐 아니라, 질투, 미움, 고독의 심리를 저자 특유의 탁월한 문학성과 문장력에 의해 현란하게 펼쳐낸다. 허무와 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재생의 의욕을 심어줄 것이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사
출판일
2010.07.20

 

한참 일본 소설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좋아하는 작가는 단연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너무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죠. 가끔 그가 천재는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고난 소설가입니다. 소재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는 필력까지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에 지루함을 느껴 다른 소설들을 더 많이 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은 여전히 챙겨보게 됩니다.

 

노르웨이 숲은 무라카미 신드롬까지 만들어 낸 소설입니다. 

 

 

상실의 시대

잔잔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 와타나베의 독백(대화)로 이어 나갑니다. 그리고 주고받는 편지로 전개됩니다. 사건이 생겨도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어 나가다 보니 작가의 심리적 표현력에 대해 감탄을 많이 했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기하게도 마음에 콕콕 박힐 때가 많았습니다. 저자가 남자가 맞는지 궁금해질 정도로요.

 

"딱히 잘하는 건 없어요. 좋아하는 건 있지만."

"뭘 좋아하지?"

"걸어서 여행하는 거, 수영하는 거, 책 읽는 거."

"혼자 하는 걸 좋아해?"

"그런 셈이네요. 그럴지도 몰라요. 남과 같이하는 놀이에는 옛날부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 건 뭘 해도 빠져들지를 못해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무심해져 버려요."

"그럼 겨울에 여기로 와. 우리는 겨울이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하니까. 자기라면 좋아할 거야. 눈 속을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아주 짧은 대화이지만 주인공 와타나베의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덤덤하게 독자에게 이야기하는지 짐작이 가실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저는 이 책에 세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와타나베는 혼자입니다. 혼자이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사는 세상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고 활기찬 사람이어도 결국은 혼자입니다. 저도 그와 같이 청년이었던 시기에 수많은 선택을 하였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했습니다. 혼자 선택하였기에 혼자 감내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와타나베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 시절 나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참 아이러니 하죠. 

 

 

사실 저는 지금도 청년입니다. 청년기의 삶을 단순히 나이로 결정할 순 없습니다. 정한다고 한들 누구 마음대로 정하겠습니까. 

저는 여전히 혼돈 속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혼돈이지만 이 섬세한 감정들이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상황에서 느끼는 제 모든 감정들로 인해 저는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소설 속 한 장면

"선배는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껴 본 적 없어요?"

"거참, 나도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물론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어. 그거야 당연하잖아. 단지 난 그런 것을 전제 조건으로 인정하지 않아. 자신의 힘을 100퍼센트 발휘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원하는 게 있으면 손에 넣고, 원하지 않으면 붙잡지 않아.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그러다 망치면 망친 상태에서 다시 생각하는 거지. 불공평한 사회, 그거 반대로 생각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해."

"자기 멋대로 같은데요."

"그래도 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너보다 열 배는 더 노력할 거야."

"그렇겠죠." 나는 인정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가끔 세상을 둘러보다가 넌덜머리가 나. 왜 이 인간들은 노력이란 걸 하지 않는 거야, 노력도 않고 불평만 늘어놓을까 하고."

나는 어이가 없어 그저 나가사와를 쳐다보았다. "내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정말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내가 뭘 잘 못 본 겁니까?"

"그건 노력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야" 나가사와는 간단히 정리해 버렸다. "내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건 보다 주체적으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거야."

 

 

소설 속에는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의 시선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들은 또 다른 주인공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중 단연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가사와입니다.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만 그 역시도 시대적 상황에서 둥둥 떠다니는 외로운 청춘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뭔가 위태로웠습니다. 거친 파도 위에서 안정적으로 서핑을 하지만 잠깐 방심하면 그대로 파도에 먹혀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가 "노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가 하는 노력은 어떠한 결과가 되어 그에게 돌아올까요. 

저는 노동과 노력의 차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지만 지금의 한국에서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하루 노동으로 가득 채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노력을 더하니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청춘 동안은 노동과 노력을 모두 최대한으로 해보려 합니다. 

 

 

밤에 읽으면 더 분위기 있게 읽힙니다. 잔잔하지만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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