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일본 소설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좋아하는 작가는 단연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너무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죠. 가끔 그가 천재는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고난 소설가입니다. 소재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는 필력까지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에 지루함을 느껴 다른 소설들을 더 많이 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은 여전히 챙겨보게 됩니다.
노르웨이 숲은 무라카미 신드롬까지 만들어 낸 소설입니다.
상실의 시대
잔잔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 와타나베의 독백(대화)로 이어 나갑니다. 그리고 주고받는 편지로 전개됩니다. 사건이 생겨도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어 나가다 보니 작가의 심리적 표현력에 대해 감탄을 많이 했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기하게도 마음에 콕콕 박힐 때가 많았습니다. 저자가 남자가 맞는지 궁금해질 정도로요.
"딱히 잘하는 건 없어요. 좋아하는 건 있지만."
"뭘 좋아하지?"
"걸어서 여행하는 거, 수영하는 거, 책 읽는 거."
"혼자 하는 걸 좋아해?"
"그런 셈이네요. 그럴지도 몰라요. 남과 같이하는 놀이에는 옛날부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 건 뭘 해도 빠져들지를 못해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무심해져 버려요."
"그럼 겨울에 여기로 와. 우리는 겨울이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하니까. 자기라면 좋아할 거야. 눈 속을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아주 짧은 대화이지만 주인공 와타나베의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덤덤하게 독자에게 이야기하는지 짐작이 가실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저는 이 책에 세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와타나베는 혼자입니다. 혼자이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사는 세상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고 활기찬 사람이어도 결국은 혼자입니다. 저도 그와 같이 청년이었던 시기에 수많은 선택을 하였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했습니다. 혼자 선택하였기에 혼자 감내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와타나베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 시절 나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참 아이러니 하죠.
사실 저는 지금도 청년입니다. 청년기의 삶을 단순히 나이로 결정할 순 없습니다. 정한다고 한들 누구 마음대로 정하겠습니까.
저는 여전히 혼돈 속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혼돈이지만 이 섬세한 감정들이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상황에서 느끼는 제 모든 감정들로 인해 저는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소설 속 한 장면
"선배는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껴 본 적 없어요?"
"거참, 나도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물론 인생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어. 그거야 당연하잖아. 단지 난 그런 것을 전제 조건으로 인정하지 않아. 자신의 힘을 100퍼센트 발휘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원하는 게 있으면 손에 넣고, 원하지 않으면 붙잡지 않아.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그러다 망치면 망친 상태에서 다시 생각하는 거지. 불공평한 사회, 그거 반대로 생각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해."
"자기 멋대로 같은데요."
"그래도 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너보다 열 배는 더 노력할 거야."
"그렇겠죠." 나는 인정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가끔 세상을 둘러보다가 넌덜머리가 나. 왜 이 인간들은 노력이란 걸 하지 않는 거야, 노력도 않고 불평만 늘어놓을까 하고."
나는 어이가 없어 그저 나가사와를 쳐다보았다. "내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정말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내가 뭘 잘 못 본 겁니까?"
"그건 노력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야" 나가사와는 간단히 정리해 버렸다. "내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건 보다 주체적으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거야."
소설 속에는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의 시선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들은 또 다른 주인공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중 단연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가사와입니다.
똑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만 그 역시도 시대적 상황에서 둥둥 떠다니는 외로운 청춘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뭔가 위태로웠습니다. 거친 파도 위에서 안정적으로 서핑을 하지만 잠깐 방심하면 그대로 파도에 먹혀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가 "노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가 하는 노력은 어떠한 결과가 되어 그에게 돌아올까요.
저는 노동과 노력의 차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지만 지금의 한국에서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하루 노동으로 가득 채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노력을 더하니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청춘 동안은 노동과 노력을 모두 최대한으로 해보려 합니다.
밤에 읽으면 더 분위기 있게 읽힙니다. 잔잔하지만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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